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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돌

by 뾰토 2023. 6. 26.

어린이는 누구나 귀엽다지만, 내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부릅뜬 찢어진 눈, 안 그래도 작은 입이 아예 없어질 정도로 앙다문 입술. 어린 눈에도 우습게 나온 사진이 창피했는지 마음에 안 드는 사진들을 앨범이 아닌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쑤셔 놓곤 했었다. 이런 버릇 덕분에 나는 가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내 사진을 찾곤 한다. 최근에 발견된 장소는 할머니 댁에 있는 책장. 변색된 종이 사이에 꽂힌 사진 속에는 눈을 흘기며 아랫입술을 앞니로 깨문 어린 내가 있었다. 오랜만에 본 나의 얼굴은 생각보다 귀여웠다. 그리고 나는 사진 속의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초등학생일 때는 유치원생 같다는 소리를 들었고 중고등학생일 때는 초등학생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어려 보인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는데, 보통 어려 보인다는 말은 칭찬의 의미로 쓰이지만, 사람들이 내게 하는 어려 보인다는 말에는 때때로 그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품었다. 관리가 잘 된 연예인들의 젊음을 동안이라고 한다면 나의 동안은 내면의 미성숙함이 겉모습으로 드러난 부산물이었다. 아이였던 나는 또래보다 어리숙했고 그런 이유로 이따금 동급생들에게 무시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나를 자기 아래로 보는 이들에게 마냥 당하고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녀석들을 향해 손은 부들부들 떨더라도 목은 빳빳이 세워 바락바락 소리를 높여서 내 할 말은 해야 직성에 풀리는 사람이 나였다. 그것은 자기방어의 일종이기도 했지만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발악이었다. 그렇게 나는 훌륭한 반골로 자라났다.
작년 7월이었나. 작년 연초에 개정된 법률의 6개월간의 계도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처분이 시작되자, 그 처분에 수긍하지 못한 어느 한 진상이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해서 우리 기관의 제일 높은 분까지 찾아가 욕설과 삿대질을 한 사건이 있었다. 잘못은 진상이 했으나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기에 담당자인 나는 휴게실에서 상사와 함께 나의 융통성 없음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상사는 말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상사로서는 대충 유도리 있게 행동하라는 의도에서 한 말이겠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난 돌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나와 참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가. 나는 매사에 서툴고 늦된 얼뜨기다. 그러니 사람들은 나를 모난 돌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지금은 정에 맞아서 울고 깨지고 나를 때린 정을 쳐부수겠다고 증오할 뿐이지만 언젠가 나는 그 어떤 도구가 나를 공격해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 자신이 사랑스러워졌다. 혼나는 와중에 또 헛소리한다며 한 소리를 들었지만, 이제 그 소리가 더는 쓰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모난 돌이다. 하지만 언젠가 그 어떤 정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단단한 보석이 될 것이다. 내 안의 빛나는 보석이 드러날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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