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카드놀이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이번 판은 틀렸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다. 실행취소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아, 이건 초반부터 망했구나.' 싶은 것이다. 원래 풀 수 있는 문제인데 삐끗해서 중간부터 망한 것이 아니라 초장부터 아예 감을 못 잡았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질 때 나는 과감하게 새 게임 버튼을 누른다. 게임 다시 시작 버튼은 별로 의미가 없다. 어차피 다시 해봐야 똑같은 부분에서 헤맬 것이 뻔하므로.
글을 쓸 때도 이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지금이 그 순간이다. 문제는 이번 게임은 새 게임을 누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번 판은 나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다. 나는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른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다. 쓴다. 더 쓴다. 소설은 점점 심오해지고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향한다. 이제 이것은 소설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 된다.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컴퓨터를 닫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
친구와 만난 곳은 딤딤섬이라는 홍콩식 딤섬 집이다. 딤딤섬은 한국식 한자 독음으로는 점점심(點點心)이다. 딤섬이 점심이라는 뜻이라는 것은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마음에 점을 찍는 것이 점심이라는 거군.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가지 딤섬과 볶은 소면을 씹고 있는데 단편소설은 딤섬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마음에 점을 찍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것. 포만감이 들지는 않지만, 속의 헛헛함을 채울 수 있는 글.
집에 돌아와서 글을 읽는다. 역시 이것은 단편소설이 아니다. 글을 지운다. 수정되지 않는다. 마음의 점을 찍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자. 지우다 보니 제목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지워버렸다. 하지만 글쓰기에 마감 기한이 정해져 있다면?
새 게임 버튼을 누를 수도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를 수도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글쓰기는 엔딩에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임은 아니기에 최대한 글을 길게 쓴 후 쳐내기를 하고 있다. 불만족스럽지만 이번 게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타협을 한다. 다음에는 만족할만한 글을 써낼 수 있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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