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악으로부터 태어났다.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은 비 오는 날 사람들이 우는 모습이었다. 한 남자가 내 어깨를 잡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이 사람은 내 아빠다. 빗소리 때문에 무어라고 지껄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나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들도 나를 떼어냄과 동시에 나에게서 멀어졌다. 한참을 비를 맞으며 서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안았다. 이 사람은 내 엄마다. 몸을 비틀어 그 사람에게서 벗어난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내가 내 여동생을 죽였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애를 죽이려고 한 적이 없다. 내가 한 일이라곤 시끄러운 동생을 이불에 감싸둔 것뿐이다. 그리고 그때 그 여자도 함께 있었다. 우는 동생을 가만히 쳐다보던 여자는 내가 이불로 동생을 싸매고 동생이 잠잠해지자 그대로 거실로 가버렸다.
동생의 장례식이 끝나자 아빠는 나를 시골에 계신 할머니에게 보냈다. 할머니는 나를 정성껏 길렀다. 정성껏 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녀의 헌신에는 지금도 감사한다. 대신 나는 매주 성당에 나가야 했고 성당 사람들은 내 일을 모르는지 따뜻하게 나를 대했다. 나는 점차 안정되어 갔다.
내가 그 여자를 다시 만난 것은 내 인생 두 번째 장례식장에서였다. 내 나이 12살, 아버지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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