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7 모난 돌 어린이는 누구나 귀엽다지만, 내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부릅뜬 찢어진 눈, 안 그래도 작은 입이 아예 없어질 정도로 앙다문 입술. 어린 눈에도 우습게 나온 사진이 창피했는지 마음에 안 드는 사진들을 앨범이 아닌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쑤셔 놓곤 했었다. 이런 버릇 덕분에 나는 가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내 사진을 찾곤 한다. 최근에 발견된 장소는 할머니 댁에 있는 책장. 변색된 종이 사이에 꽂힌 사진 속에는 눈을 흘기며 아랫입술을 앞니로 깨문 어린 내가 있었다. 오랜만에 본 나의 얼굴은 생각보다 귀여웠다. 그리고 나는 사진 속의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초등학생일 때는 유치원생 같다는 소리를 들었고 중고등학생일 때는 초등학생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성인이 되고 .. 2023. 6. 26. 힘을 뺄 것 이번 달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나는 우리 기초반에서 제일 부진한 학생이 되었다. 첫날부터 나는 초보자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자신의 몸을 주체못해서 바둥거렸고 두 번째 강습부터는 강사님의 의견에 따라 수강생 중 가장 뒤 순서로 교습을 받게 되었다. 그런 내게 강사님이 제일 많이 하는 소리는 “힘을 빼세요.”이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 대여섯 가지 정도 떠오르지만, 꾹 삼키고 다시 물속으로 풍덩-. 하지만 몇 초도 안 되어서 바로 거꾸러진다. 그럴 때면 악에 받쳐 이를 악물게 되고 몸에 힘은 점점 들어간다. 그리고 더 깊게 가라앉는다. 수업에서 힘을 빼라는 지시를 받을 때마다 오버랩되는 말이 있다. 그리 먼 옛날이야기는 아니고 몇 주 전쯤 내 글을 피드백 받는 자리에서 들었던.. 2023. 5. 29. 어른의 맛, 아메리카노 카페에 올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시키는 메뉴가 있다. 그건 역시 아메리카노. 하지만 처음부터 내가 아메리카노를 즐겨마신 것은 아니었다. 나는 원래 커피를 마시지 못했었다. 커피를 처음 마셨던 날, 나는 심장이 두근거려서 밤을 꼴딱 새웠다. 그 이후 근 십 년 동안 카페에서 음료를 시킬 때마다 처음 커피를 마셨을 때의 그 두근거리던 심장과 잠들지 못해서 고통스러웠던 밤에 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것은 사실적시이기도 하고 스몰토킹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예민한 기질을 은근히 자랑하고 싶어 하는 유치한 속내였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을 취업하지 못했을 때, 마침내 친구 중 유일한 백수가 되고 친구들과 만나면 얻어먹기만 했을 때, 커피 종류는 입에도 안 대던 내가 아메리카노를 시키기 시작했다. .. 2023. 5. 22. 이전 1 2 다음